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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 곳간

닿을 듯 말 듯(KBS드라마 스페셜)

by 무한자연돌이끼 2019. 9. 14.

2018년 11월 16일 방영된 드라마 <닿을 듯 말 듯>은 22살 여자 컬링선수 주영주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당한 불행 때문에 이명 현상이 생겨 서울경기연합 컬링팀 선수로 더는 활동하지 못하고 의성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한다.

 

영주의 과거와 연결된 인물은 같은 컬링팀 선수인 강성찬이다. 좋아하는 컬렁 선수요, 선배지만 아버지를 불행으로 밀어넣은 인물. 

좋아하지만 원수가 되어버린 남자에 대한 영주의 행동은 '거부'일 수밖에 없다. 이명 현상은 점점 악화된다. 

 

 

갈등은 성찬이 더는 못하겠다며 포기하려 할 때 상한선을 찍는다. 영주가 왜 그렇게 성찬을 미워하게 되었는지 털어놓으면서 스토리는 갈등에서 화해로 변곡점을 이룬다.

 

스토리 구조는 아주 평범하다. 전개 발단 정점 해결이라는 교과서적 구성에 충실하다. 그럼에도 스토리가 재미있는 것은 캐릭터 설정이 잘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집회 참석한 아버지가 진압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하필 그 경찰이 강성찬이라는 사실 때문에 충격을 받은 주영주. 그 사실은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꼬리표가 되었고 팀원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 형성되면서 결국 팀을 옮겨야 하는 원인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어이없게도 새로 옮긴 팀에서 자기와 함께 경기해야 하는 사람이 하필 강성찬이라는 설정. 작위적이긴 하나 얼마든지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우연이다.

 

강성찬은 주영주를 몰랐다. 더 엄밀히 말하면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여고생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여학생이 자기 때문에 컬링 선수가 되었는지도 몰랐다. 군 입대하고서 전투경찰로 의성에 배치되었을 때 자기가 데모 진압하면서 무지막지하게 때렸던 중년의 남자가 그 여학생의 아버지란 사실도 전혀 몰랐다. 그랬기에 주영주가 처음 자기 팀으로 왔을 때 호감을 가졌고 냉소적인 이 여자선수에게 한 팀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었다.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로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주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웠고 그게 하필 주영주라는 사실이 더욱 괴로웠다. 자학은 성찬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주가 성찬에게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성찬이 사진 속의 남자를 전혀 알지 못하는 장면은 영주가 분노를 잠재울 수 있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왜 하필 너냐며 성찬의 가슴을 치는 주영의 모습에서 일종의 정화작용이 일어난다. 비극의 원인에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응어리졌던 감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었지만 약간의 여지를 남긴 결말이다. 여튼 갈등의 원인이 해소되었고 이명의 원인이 이해되었던 만큼 그 증상도 이제 호전될 거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1차전에서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주영주의 우려는 오히려 경기에서도 해피엔딩을 가늠케 한다. 흐뭇한 결말을 선택한 드라마여서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과연 갈등의 근거였던 '폭력'이 '몰랐다'로 용서되는 것인지는 쉬 이해되긴 어렵다.